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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의 정년 ㅡ 울산 변호사 이민호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2-04-24 11:43
조회
1,407

본문

변호사의 정년
ㅡㅡㅡ

직업마다 정년이라는 것이 있다.
엄밀한 과학적 근거가 있어서 정해진 것이라기 보다는 통계적으로 업무능력이 급속도로 떨어진다고 보여지기도 하고 통계적인 수명의 한계인 여명이나 사망 전 유병 기간 등 여러가지를 복합적으로 고려하여 각 직업상 받아들여지는 합의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아침에 출근할 때마다 나는 다람쥐 쳇바퀴 돌 듯하는 이 생활이지만 감사하며 그래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곤 한다.
32살 때부터 개업 변호사를 시작했으니 만 23년을 했다. 앞으로 몇년을 더 할 수 있을까?

수치만으로 계산하자면 단순해 보이지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생각해 보면 더 젊은 시절엔 의욕은 앞섰지만 경험과 능력이 부족했다.
부딪히면 해결되겠지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업무에 임했던 것은 아닌가, 그로 인해 혹시라도 피해를 본 고객은 없었는지 반성해 본다.
그러다보니 시행착오가 많았던 것 같다.
겉으로는 이해하는 척 고개를 끄떡이면서도 세상 경험이 부족해서인지 고객의 상담 내용에 어떤 경우에는 공감도 안되고 듣고 있어도 쟁점을 잘 파악 못했었던 적도 있었던 것같다.
더구나 그때는 경제적으로 궁하다보니 마음도 급하고 항상 쫒기듯이 일을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퇴근 이후라도 차분하게 업무를 반추하지 못하고 업무시간 외에는 불안한 마음에 각종 사회단체나 모임에 가입하고 실망해서 나오는 일을 반복하며 허망하게 사람들을 쫒아 다니곤 했었다.
그러나 그런다고 바로 일이 들어오나.
투입 대비 산출은 보잘 것 없었다.
그러니 일에 제대로 집중을 못했고 쉽게 절망하고 성격도 급해지고 불안해서였는지 술로 나 자신을 달래곤 하는 시간이 많았다.
다만, 젊은 시절이라서인지 나름 두뇌가 쌩쌩하고 체력이 뒷받침되니 사무실이 울산이지만 자동차를 몰고 의정부 영장실질심사 재판도 가고 평택 재판도 가고 전라도도 가곤 했고 파산관재인을 할 때는 법원이 사건이 적체되었다며 한달에 50건씩 배당을 해줄때도 몇날을 새면서 파산관재인 조사 보고서를 작성하여 한번에 수십명을 면책시키기도 하고 새벽까지 진행되는 국민참여재판에서 체력적으로 흔들림없이 변론하기도 했었다.
아무리 과음을 했더라도 기억력이 좋아서 업무처리에 지장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 순간 세월이 흘러 50대 중반인 지금은 나도 모르게 지식과 경험이 숙성되었다고나 할까.
장독대에 담아둔 고추장, 된장이 몇년 지나니 숙성된 것과 같은 이치이다.
설령 모르는 법률적인 부분이 있더라도 금방 해결책을 찾아내고 고객이 아무리 복잡하게 두서없이 이야기를 해도 무슨 말인지 찰떡같이 이해가 된다.
상대 변호사가 복잡하게 수십장 써낸 서면을 한번 쓱 보기만 해도 상대방 주장의 요지를 몇줄로 간단하게 정리해서 쟁점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재판 가서 판사가 지나가듯이 하는 말이라도 그 의미를 포착하여 내 고객의 승소를 위한 힌트를 얻어낼 정도가 되었다.
그러니 재판의 승소율이 100퍼센트는 아니지만 요즘은 거의 100퍼센트에 접근하고 형사도 거의 원하는 수준의 결과가 나올 수밖에...
경제적으로도 젊은 시절과는 비교도 되지 않게 여유가 있는 지금은 마음도 급하지 않다.
지금은 하지 않고 있지만 더 젊은 시절 무용한 시간 낭비이고 실패라고 생각했던 여러 사회 모임들에서 잠시 나를 알았던 사람들이 세월 지나보니 내가 당시에나 이후에나 끈적거리거나 비굴하게 굴지도 않고 인연을 지속하기 위해 귀찮게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보고 도리어 생각나서 찾아오고 과거 내 고객들이 다시 찾아오고 파산관재인하던 시절 원칙에 충실하던 나에게 눈물 쏙 뽑히며 혼났던 파산자들이 다시 찾아와서 일을 맡긴다.
지나고보니 너무 깊이 아는 것보다는 적당히 아는 관계에서 사건이 의뢰되는 것 같다.
너무 깊이 아는 관계에게는 도리어 치부를 숨기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성인 것이다.

그러나 한편 나이가 들어가니 고혈압이 찾아오고 고지혈증도 찾아와 약을 달고 살게 되었고 걸리지는 않았지만 당뇨가 호시탐탐 노리니 운동을 위한 시간과 휴식 시간을 더 배정하기 위해 예전처럼 체력을 담보로 무리하게 야간이나 주말이라도 기관차처럼 일을 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아직은 젊으니 일하는데는 아무 지장이 없다. 다만 예전에는 몸을 더 썼다면 이제는 머리와 경험을 더 쓴다고 할까

그렇지만 과거에 23년을 해온것처럼 앞으로도 23년을  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갈수록 나이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더구나 내가 고객의 입장이라도 지나치게 나이가 많아 노쇠한 변호사를 찾아가 일을 맡기고 싶지는 않을 것 같다.
사람들은 변호사가 정년이 없는 직업이라는 말을 하지만 깊이 생각해보면 그렇지도 않다는 것이다.

몇일 전 출근하는 길에 80이 넘은 모 변호사를 스쳐 지났다. 서로 길에서 몰라봤지만 느낌이 이상해서 돌아보니 그 변호사였다.
늦은 아침이었지만 츄리닝에 운동화를 신고 내 출근길과 반대로 어깨가 쳐진 채 터덜 터덜 걸어가는 모습이 출근하는 내 가슴에 잔잔한 파문이 일게 했다.
5년전까지는 모 법인에 소속되어 있었던 그 변호사는 그 법인에서도 나이가 많아 공증 자격이 없다며 나가라고 하니 나올 수 밖에 없었고 법원에서도 나이가 많다고 본인의 의사에 반해 형사 국선변호인 명부에서도 제외시켜 버렸던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 그 변호사와 같은 재판부에 국선 배당되어 있던 나는 그런 법원의 처사에 화가 나서 정의감에 불타 오른 나머지 담당 판사에게 전화해서 몇마디 하다가 나까지 국선변호인 명단에서 같이 짤렸었던 기억이 있다. 당시 국선 사건이지만 연달아 무죄를 몇건 받아내서 법원에서 인정받고 있었다고 착각하고 있던 내가 괜히 어줍잖게 나섰다가 된통 혼만 난 것이다.

나는 언제까지 변호사 할 수 있을까.
우선 열심히 몸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술은 끊었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는 있다.
그래도 끝은 있다.
대비하는 마음으로 하루 하루 최선을 다해 나갈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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