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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웅 이야기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1-07-17 14:28
조회
1,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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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웅 이야기
ㅡㅡㅡㅡ

모친이 병원에 입원하고 계셔서 자주 가고 싶어도 하루에 한번 잠시 면회 시간이 허용되서 평일에는 집사람이, 주말에는 내가 잠시 들러 이거 저거 넣어드리고 이야기도 하다가 오고 있다.
오늘은 음료수를 잔뜩 사서 간호사들에게 돌리고 돌아왔다.
얼마전에는 집사람이 아이스크림을 돌렸다던데

모친은 그럴 필요없다지만 살아보니 인간사에는 짜웅도 필요한 법이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짜웅에 대한 개인적인 기억이 있다.

짜웅이라는 말은 머리털 나고 군대 가서 처음 알게 된 단어이다.
강원도 화천에서 포병 군생활할 때인데 어느 추운 겨울 이등병인 나는 고가 초소에서 모 상병과 짝을 맞춰 보초 근무선 일이 있었다.
강원도 사람인 그 양반은 보초는 안서고 초소 벽에 등을 대고 기대더니 후임인 나를 마주보고 서서는 나에게 짜웅은 없냐는 말을 여러번 하였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짜웅이란 말에 당황한 나는 무슨 말인지 몰라 짜웅이 뭐냐고 그때마다 되물었다.
그러자 자기를 놀린다고 생각하였는지 화가 잔뜩 난 그 상병은 군화발 밑창 끝으로 내 정강이를 두시간 내내 바늘 찌르듯이 톡톡 건드렸다.
아주 쎄게도 아니고 살짝 살짝 한쪽 정강이 같은 부위를...
나중에 보초 끝나고 내무반에 들어와서 바지를 거두어보니 그 자리에 깊게 패인 상처가 나 피와 진물이 줄줄 흐로고 있었다.
군화발 밑창 끝이 보통 단단한가...
지금은 없어졌지만 그 상처 흔적이 제대하고도 오랬동안 남아 있었다.
당시 생각같아서는 들고 있던 실탄 든 M16으로 그 놈 대가리에 구멍 나도록 한방 쏴주고 싶었지만 울산에 홀로 계신 모친의 얼굴이 떠 올라 끝까지 참았었다.
동기들에게 물어보니 짜웅이란 뇌물 혹은 상납을 의미하는 은어라고 하였다.

첫날에 고통의 신음소리 한번 내지 않고 두시간 동안 당당히 버틴 후로 그 다음 보초 설 때부터는 내가 독하다고 생각했는지 더 이상 괴롭힘은 없었고 보초시간 이외에는 그 선임 사병은 후임 사병인 나만 보면 더 이상 괴롭히지도 않고 별 다른 말없이 멀리서 피하곤 하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처음에는 아마도 내가 자기를 무시해서 짜웅이라는 말을 일부러 모른체 한 걸로 오해하고 화를 내며 나를 갈궜지만 내 태도와 전후 사정을 겪어보고 정말 당시 내가 짜웅이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 몰라서 모른다고 했을 뿐이란 걸 뒤늦게라도 이해한 눈치였다. 게다가 내가 독한 놈이란 걸 뒤늦게라도 눈치챈 듯하였다.

나중에 내가 선임이 된 후로 우리 내무반만큼은  후임에 대한 폭력은 절대 허용하지 않았다.

그때는 납득을 못하고 이해를 못했는데 나이를 먹다보니 짜웅이라는 개념을 상납이나 뇌물이 아니라 뇌물 정도에 이르지는 않는 수준이라면 인사성이라는 쪽으로 이해하기 시작하였다.

남에게 짜웅을 요구하지는 말되 나는 선제적으로 먼저 인사하는 방향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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