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변호사 이민호 - 나의 요즘 일상

울산 변호사 이민호 - 나의 요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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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다른 지방 재판도 좀 했다. 고객들이 다른 지방에서 소송을 하면서도 울산까지 나를 찾아와 사건을 맡겨주곤 하였기 때문이다. 또는 울산 고객이 다른 지방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맡겨 나를 출장보내곤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때만 해도 젊어서 힘든 줄 모르고 서울이건, 의정부건 가리지 않고 돈만 주면 다 가서 소송을 해드렸다. 아무리 먼 곳이라도 몇 번이 되었든 승소를 위해서 재판을 가곤하였다. 차로 갈 수 있는 곳은 차를 직접 운전해서 가고, 대중교통이 갈 수 있는 곳은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가고. 한번은 의정부에서 직장다니다가 구속되어 있는 아들을  영장실질심사로 풀어달라는 울산 고객의 부탁을 받고 영장실질심사 재판날에 부모를 내 차에 태우고 새벽에 출발해서 의정부까지 가서 재판도 하고 면회도 시켜드리고  구치소에서 석방되기까지 기다렸다가 피고인을 데리고 내려 온 일도 있었다.
그러나 50대 중반에 접어드는 요즘은 솔직히 체력이 달린다. 그러다보니 가급적 다른 지방 재판은 안하려고 노력하는 입장이다. 그래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보니 거절할 수 없어서 아직도 창원, 부산, 대구에 남은 재판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앞으로의 타 지방 재판 선임은 정중히 거절하겠다는 것이 나의 방침이다. 가족들도 원하고 있고 나 스스로도 이제는 울산 사건에만 집중해도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갈수록 딸리는 체력을 보강하고자 얼마전부터는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한동안 주말에만 타다가 한달전부터는 매일 새벽 6시에 일어나 6시 30분이되면 집을 나서 자전거를 타고 대공원 동문으로 간다. 대공원 동문에서 출발해서 호수까지 직선주로를 타고 짧은 오르막길을 올라 광장으로 향한 후 거기서부터 남문으로 향하면 그때부터 계속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숨을 헐떡이며 오르막길을 오른 후 남문까지는 내리막길에서 잠시 숨을 돌리다가 다시 유실수 공원쪽으로 오르막을 올라 가서 다시 처음 장소인 동문으로 돌아가는 일정을 두세 번 정도 반복하면 시간이 7시 40분쯤, 그때 동문을 나와 올림푸스 골든 아파트 쪽으로 향한 후 거기서 옥동 농협 하나로마트까지 1키로 급경사 오르막길을 통해 집앞까지 이른 후 다시 집앞을 돌아 마지막 난코스인 45도 급경사 100미터 길을 통과하면 8시에 집에 도착하여 씻고 아침먹고 출근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나이를 먹으니 주말에 집에서는 별로 할 일이 없다. 아이들도 다 커서 각자 자기 일 잘하고 있고, 집사람도 나이가 들어서인지 같이 뭘 하자고 하는 일이 별로 없으니 집에 있어봤자 티브이를 보거나 누워있거나 잠자는 일밖에 할 일이 없는 것이다. 물론 그런게 육체적, 정신적으로 쉬는 것이기는 하지만 좀이 쑤셔서 그냥 있을 수가 없다.
오늘은 비가 와서 자전거를 타지 못하고 일어나 빈둥대다가 아침을 먹고 바로 사무실에 나왔다. 보통은 주말에는 아침에 자전거를 서너시간 타고 점심까지 먹고 사무실에 나오는데..
혼자 자전거를 타는 시간, 이렇게 주말에 나와 사무실에 혼자 있는 시간이 나만의 온전한 시간이 된다. 차분하게 사건 기록들을 다시 본다. 혹시라도 내가 놓친 것이 있는지, 다음 주에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그리고 나에게 혹시라도 이상이 생긴 부분은 없는지 나 자신의 정신과 마음 구석구석을 하나하나 살핀다.
자전거를 타면서 잠시만 한눈팔아도 큰 사고로 이어지기에 항상 온 신경을 자전거 운전과 전방, 좌우, 후방까지 신경 쓰게 되니 그것도 나름의 훈련이 되어서 그런지 체력도 늘지만 집중력도 고도화되는 듯하다. 그 집중력으로 나의 일과 나 자신에 집중하는 시간을 갖으려 하고 있다. 2021. 3. 20. 오늘은 또 무슨 일을 해야 하나. 토요일, 일요일에 이렇게 나와 조금씩이라도 일을 해놓으면 주중 일과시간에 시간적, 정신적 여유를 가질 수 있다. 변호사란 직업은 왜(why)가 아니라 하우(how)에 치중하여야 하는 직업이다. 왜는 고객이 변호사보다 더 많이 생각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변호사는 해결사이므로 글로 말로 고객을 위한 최적의 해결책인 하우를 찾아내는 직업이므로 평소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 급하게 몰아치듯이, 쫒기듯이 일을 하면 좋은 방안을 생각하기 힘들다. 그리고 주중 일과시간에 발생할 수 있는 돌발적인 상황에도 적시에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갑자기 예고도 없이 경찰이나 검찰에서 고객을 소환하는 경우 돌발적인 상황이지만 시간을 내어 따라가서 같이 조사받아 줄 수 있으려면 평소 업무를 미리 미리 처리해 놓는 것이 현명하다. 여유는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다. 건강을 위해 필수적인 시간과 가족을 위해 필수적인 시간을 제외하고는 가급적 주말이라도, 그리고 평소 퇴근을 조금 늦게하더라도 틈틈이 일을 처리해 놓아야 일과시간에 여유가 찾아오게 된다. 예전에는 주말이나 퇴근 후에는 일하기 싫었고 괜히 손해보는 느낌이었는데 마음을 달리 먹으니 요즘은 나이가 들어가도 예전처럼 쫒기는 마음이 아니라 평정심을 가지고 일을 처리하게 되는 듯하다.
비가 오고 있지만 전면이 통유리로 된 내 사무실 동쪽과 남쪽 창문 밖으로 보이는 글루미한 하늘과 건물들을 바라보며 커피 한잔을 마시며 일하는 기분은 평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