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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변호사 이민호 --- 이민호 변호사가 어린 시절 공부에 처음 흥미를 가지기 시작하게 된 이야기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0-24 15:17
조회
2,480

본문

공부에 처음 흥미를 가지기 시작하게 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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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국민학교였다.

학교를 파하고 집으로 오면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부모님이 일을 하러 가시고 아무도 없는 집으로 오면 차갑게 반찬들이 올려져있는 작은 소반에 덮개가 씌여져 있었고, 보온 밥통에서 혼자 밥을 퍼서 먹고 나면 이제 남은 긴 하루 동안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학교에서 숙제를 내주기는 하였지만 놀다 보니 숙제 해 가는 날보다는 안 해가고 몸으로 떼우는 경우가 더 많았다. 학교 선생님은 나는 그냥 내놓아서 신경도 안쓰는 듯했다. 집으로 돌아와 가방을 던져두고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당시만 하여도 기찻길 건너 새치(지금의 학성동)는 잡초가 우거진 빈터가 많았고 기찻길 주변은 진창이라 기어 다니는 뱀도 많았다. 긴 장대같은 것을 주워서 뱀을 때리고 다니거나 뱀을 장대로 들어서 나무에 걸어놓고 낄낄대거나 길에서 주운 소주병에 잠자리, 메뚜기를 잔뜩 잡아 넣어 다니느라 시간가는 줄 모르고 돌아다니거나 중앙시장과 그 주변 구석 구석을 이곳 저곳 구경하면서 밤까지 누비고 다녔다. 그러니 공부가 제대로 될 리가 있나. 아무도 돌봐주는 사람이 없어서인지, 아니면 내가 머리가 돌덩이어서였는지 초등학교 4학년이 되었어도 구구단 하나 제대로 못 외울 정도였으니 학교 공부는 말이 아니었다. 산수는 40점을 넘어본 적이 없었다. 그래도 아들이 걱정이 된 모친은 장사하다가 바쁜 와중에 시장에서 입던 냄새 펄펄 나는 몸빼를 갈아입지도 못한 상태에서 당시 새치 굴다리 지나면 바로 있었던 그 동네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과외방에 나를 강제로 끌고 갔던 것이다. 과외방 가는 것도 싫었지만 냄새나는 몸빼를 입은 어머니와 갔다가는 동급생들에게 놀림감이 될 것 같아 안 끌려 가려고 몸부림쳤지만 어린 나는 어머니의 손아귀 힘을 당할 수 없었다. 민호 이 놈은 맨날 노는 놈이라서 공부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말과 함께 그 자리에서 과외선생에게 인계된 나는 열심히 놀아야 할 시간에 과외방에 감금되다시피 한 것이다. 내가 학교에서 평소 흠모하던 여학생도 있는 자리에서 아무 것도 모르는 멍청이라고 고발당한 상황이 너무 부끄럽기도 하고 어머니가 과외비를 건네는 모습까지 본 터라 주눅이 든 나는 꼼짝없이 그 자리를 벗어날 수 없었다. 개다리 책상을 옆으로도, 그리고 앞뒤로도 줄지어 놓고 과외선생은 학생들을 수준별로 자기가 앉은 자리에서부터 방 끝까지 앉혀놓고 수업하였는데 제일 공부 못한다고 이미 어머니의 고발로 낙인이 찍힌 나를 자기 바로 앞에 앉혀놓고 과외 선생은 억수로 큰 자를 손에 쥐고 있으면서 아이들에게 이 부분은 시험에 나오니 밑줄 그어라, 요거는 이런 공식을 외어야 풀리는 문제다. 너는 구구단 외어봐라 이렇게 하면서 공부를 가르치다가 가르친 내용을 아는지 모르는지 항상 바로 앞에 앉아있는 나에게 시범케이스로 묻곤 하였다. 그러나 어린 나로서는 사실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어머니의 아들에 대한 적나라한 고발이 너무 충격적이었고 특히 과외 선생과 내가 흠모하던 여학생 앞에서 나를 바보 취급한게 너무 기분 나쁘고 수치스럽다는 생각에 어떻게 하면 두 번 다시 어머니가 어디 가서 나를 바보 취급하는 말을 못하게 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어머니의 진정어린 사과를 받아낼 것인가. 과외방에 올 때마다 나를 바보 취급하는 듯한 눈빛의 이 과외 선생과 나를 한심하게 바라보는 저 여학생 앞에서 나의 명예를 회복할 길이 없을까에만 꽂혀서 방법을 궁리하며 멍하니 앉아 있다가 과외선생의 질문이 떨어질 때마다 영락없이 매타작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니 같이 있는 과외 동기들이 내가 얼마나 한심하게 보였겠나. 지금으로 말하면 거의 왕따인데 무시당하고 작은 트집만 잡혀도 동급생들에게 구구단도 모르는 바보 멍청이라고 불리며 얻어 맞기 일쑤였다.

너무 힘이 든 나는 다닌 지 2달 정도만에 과외방을 간다고 하면서 다시 들로 산으로 하이방을 쳤다. 불쌍한 어머니는 내가 잘 다니는 줄 알고 과외방에 열심히 과외비를 갖다 주고....

그러다가 허술한 나는 결국 어머니, 아버지에게 들켜 아버지 앞에서 취조를 당하게 되었다. 아버지는 왜 과외방을 안다니냐고 신문을 시작했고, 그 와중에 내가 구구단도 못외워서 결국 수업을 따라가지도 못한다는 근본적인 원인을 알게 된 아버지는 화가 머리 끝까지 난 나머지 구구단도 못 외우는데 무슨 수업을 따라간다고 과외방부터 보냈냐고 어머니를 타박함과 동시에 나에게는 엎드려 뻗쳐를 시키면서 한동안 나의 엉덩이에 회초리 세례를 퍼부우시더니 내가 엎드려 뻗쳐 상태에서 구구단을 다 못 외우면 외울 때까지 얼차례를 계속하겠다는 말까지 하신 것이다. 그런데 그거 참 신기하게 그렇게 머리에 안 들어오던 구구단이 엎드려뻗쳐하면서 엉덩이 맞고 몇 번 외우니 금방 다 외워지더라는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나의 학습능력은 머리가 아니라 엉덩이에 있었던 것 같다. 결국 싱겁게 구구단을 다 외웠다는 것을 확인한 아버지는 기가 막히다는 듯이 허허 웃으시더니 나보고 엎드려 뻗쳐는 그만하고 바로 앉으라고 하면서 그러면 앞으로 과외방은 다시 다니겠느냐고 하기에 나는 나를 바보 찐따처럼 취급하는 선생과 동급생들이 싫어서 과외방은 엎드려뻗쳐가 아니고 물구나무 서기를 하면서 엉덩이를 몽둥이로 맞더라도 갈 수 없고, 내가 비록 어린 아이지만 나에게도 자존심이 있다고 눈물로 호소하면서 앞으로 나 혼자 공부해서 좋은 성적을 꼭 보여드리겠다고 아버지를 설득하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그러자 눈물로 범벅이 된 잘생긴 내 얼굴에 깜빡 마음이 약해진 아버지는 내가 구구단을 눈 앞에서 다 외우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겠지만 감동을 받았는지 그러면 일단 이번 월말고사때까지만 그렇게 해보고 안되면 다시 과외방을 다니는 조건으로 허락하시었다. 학교 월말고사를 앞둔 나는 두 번 다시 그 과외방을 안가기 위해서라도 공부를 해야했지만 과외방에서 사라고 해서 사두었던 동아전과를 펴니 우선 눈앞이 깜깜하였다. 그러나 찬찬이 기억을 되살려보니 과외 선생이 무슨 뜻이 있는 것은 명사라는 말과 함께 그 사물의 이름이 있는 부분에 줄을 치라고 하였던 것 같고, 무슨 연도나 순서를 강조하였던 기억이 있고, 단어의 뜻 같은 것은 그 내용을 외어야 하는데 외우는 방법은 반복해서 30번은 보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 것 같고, 산수는 공식을 외어야지 문제를 풀 수 있다고 했던 기억이 생각이 나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내가 과외선생이 되어서 나를 가르치면서 동아전과를 펴놓고 혼자 줄치고, 외우고 해보았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동안 새치 들판의 메뚜기, 잠자리는 얼마나 행복했겠나. 문제는 작심하고 공부한 4학년 그 달 학교 월말고사에서 만점이 나오더라는 것이다. 그랬더니 학교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아이들 앞으로 나를 불러내더니 누구 걸 보고 컨닝했는지와 컨닝한 방법과 나의 컨닝에 동참한 아이들이 누구인지를 캐물으면서 그게 아니라고 아무리 이야기를 하더라도 못믿고 나를 패더라는 것이다. 분한 나는 집에 와서 아버지에게 나의 억울함을 호소하며 학교에 가서 선생님을 때려달라고 아버지 바짓가랑이를 잡고 울었다. 슬피 우는 나를 보고 그렇게 못외우던 구구단을 엎드려뻗쳐하면서 금방 외우는 것을 직접 목격하였고, 내가 메뚜기, 잠자리 잡으러 안다니고 공부를 하는 모습을 직접 본 아버지는 담배를 뻐끔뻐끔 피우시면서 천장만 바라보시더니 나의 슬픔을 이해하는 표정인지 웃는 표정인지 애매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시더니 나에게 다음 달도 민호 네가 만점맞았는데 선생이 때리면 그때 가서는 학교에 찾아가 네 담임 대가리를 애들 앞에서 뽀개주시겠다고 약속하셨고 그 말에 힘을 얻은 나는 아버지의 약속 이행을 확인하고자 다시 한번 더 시험공부에 매진하면서 이번에는 동아전과에, 표준전과까지 사서 학교 선생 머리 깨지는 그 순간을 기대하면서 나 자신을 과외선생 삼아 나 자신을 가르치면서 한달동안 또 열심히 공부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웬걸... 시험 치는 내내 내 옆에만 서서 내가 문제푸는 것을 지켜보던 담임이 내가 또 다시 만점을 맞자 수업시간에 나를 교탁 앞으로 불러 아이들 앞에서 칭찬하면서 앞으로 민호를 바보 멍청이라고 부르는 놈 있으면 혼내준다고 하더니 내 머리를 쓰다듬고 나를 안아주더라는 것이다. 그 순간 학교 선생님 머리가 깨지는 것을 기대하였던 내 복수심은 사르르 눈녹듯이 사라지면서 갑자기 그 선생님이 너무 좋아지더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날 남은 수업시간에 공부가 너무 재밌드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속으로 아버지가 학교에 오셔서 난동을 부리시면 안되는데 어쩌지 하는 고민으로 괴롭더라는 것이다. 그날 수업이 끝나자 부리나케 집에 와서 아버지가 일마치시고 돌아오기를 눈이 빠지도록 기다리다가 집에 오신 아버지에게 또 만점 맞았다고 자랑 겸 보고하면서 근데 선생님 머리 뽀개는 것은 안하면 안되겠느냐고 아버지에게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는데 물론 우리 아버지는 한달 전 그 약속을 전혀 기억못하고 있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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