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과 진실 ㅡ 울산 변호사 이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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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작성일
21-09-19 11:50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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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과 진실
ㅡㅡㅡㅡ
올해 몇개월만 더 있으면 변호사 생활도 만 22년째가 되어간다.그 동안 많은 선배, 동기, 후배 법조인들을 짧은 인생길에서 여러 모습으로 만났다.
그 중에서도 생각나는 한 법조인이 있다.
그 분은 서울대 법대를 나와 사법시험 수석을 하고 사법연수원도 수석으로 졸업하고 판사를 하면서 동기들 중 선두를 달리면서 전자소송 구축에도 큰 기여를 하고 대법관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한 몸에 받은 최고의 엘리트였다.
그런데 갑자기 변호사가 되어 우리나라 몇손가락안에 드는 최고 수준 로펌의 파트너가 되어 잘 나가면서도 서울에 본사를 둔 국제적인 모 자원개발 회사의 임원까지 겸임하던 50대의 귀족이었다.
그 분이 임원을 하던 회사로부터 허위 공시와 사기로 피해를 봤다면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울산의 고객이 어느 날 나를 찾아왔다.
보아하니 고객의 사정이 딱하였다.
정의감에 불탄 30대 중반의 젊은 변호사인 나는 계란으로 바위치기일 수도 있지만 그 고객의 편이 되어 그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로 하였다. 내 나름 완벽한 논리로 소장을 만든 후 내 고객의 승소를 위해 노력하였다.
그런데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사법시험 및 연수원 수석까지 하고 부장판사까지 역임하고 로펌 파트너까지 하면서 그 회사 부사장까지 겸직하고 있던 그 변호사가 거느리던 수십명의 젊은 변호사를 시키지 않고 몸소 울산까지 내려와 그 회사를 위해 직접 소송을 수행하였다. 나야 직접 소송하는 시골 지방 변호사이지만 몸이 열개라도 바쁠텐데 직접 울산까지 내려와 재판부에 얼굴을 들이밀며 직접 소송을 하는 잘나가는 그 선배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뭔가 밝혀지면 안되는 그 회사의 큰 업무상 비밀이라도 있어서 그걸 지키기 위해서, 그리고 우리 소송이 그 회사 입장에서는 반드시 승소하지 않으면 안되는 중요한 소송인 것 같은 인상을 짙게 받았으나 그것은 내 촉이었을 뿐 무슨 근거를 댈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더구나 담당 재판부 부장판사는 그 변호사와 연이 닿아 있는듯한 느낌이었지만 그것도 내 추측일 뿐 근거는 없었다.
그래서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논리로 나는 패소하고 말았다. 판결문을 받아 본 그 당시 내 심정은 분노와 좌절감에 가득 차 그 판결 내용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해할 수없는 판결에 항소를 했으나 부산고법도 그쪽 편을 들어주었다. 젊은 변호사인 내 주장보다는 1심 판사들과 스펙이 좋은 그 변호사의 말이 더 신뢰감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세상에는 열심히 해도 안되는 일이 있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내 능력의 부족함을 자책하며 한동안 멘붕에 빠져 지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변호사의 인터뷰가 실린 기사를 보았다. 자원개발 회사의 임원과 로펌 파트너를 겸임하던 그 변호사는 사회 봉사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고 후배 법조인들의 귀감이 되고 있고 배우자도 유명인사로서 사회적 영향력이 있다는 이야기였다.
더욱 더 내가 못났다는 생각이 들어 죽고만 싶었다.
그로부터 또 다시 얼마 후 그 변호사가 자살하였다는 충격적인 기사를 보았다. 차안에 번개탄을 피워놓고 죽었다는 것이다. 그 자원개발 회사의 허위 공시와 주가 조작 사건에 연루되어 백억 가까운 주가 차익을 얻은 혐의로 검찰소환을 앞두고 그 변호사는 가족과 자신이 일궈놓은 로펌과 그 회사의 부사장직을 두고 그냥 저 세상으로 가는 길을 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당사자가 죽었으니 공소권없음 처리를 했다는 것이고 대신 주가차익은 고스란히 유족의 상속재산으로 남겨질 예정이라고 했다. 모든 인간관계와 모든 명예와 살아 온 족적과 몇십억의 주가 차익과 목숨을 바꾸고 50대의 그는 저 세상으로 가는 선택을 한 셈이 되었다.
그 결말에 인생에는 돈보다 나은 그 무엇인가가 있다고 믿고 살아가던 그 당시의 그때 내가 받은 충격과 실망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때 내가 그 변호사와 겨루었던 소송의 진실은 무엇이었던가 하는 의문을 아직까지도 지울 수 없다.
내가 그때 패소한 사건은 패소해야 할 사건을 정당하게 패소한 것이 분명한가?
한참 뒤에 밝혀진 그 회사의 허위공시와 주가조작이 내가 소송할 당시에만 밝혀졌어도 내 고객이 패소 할 사건이었을까?
그 변호사가 나와의 소송에서 끝끝내 감추고 싶었던 비밀이 바로 그것이었을까?
왜 그 사건의 담당 재판부는 쉽게 그 변호사의 손을 들어주었을까?
그랬던 운명의 신은 얼마 지나지 않아 왜 더 이상 그 변호사의 손을 들어주지 않기로 결심했을까?
도무지 모를 일이다.
지금의 내가 이제 그 나이가 되었다.
ㅡㅡㅡㅡ
올해 몇개월만 더 있으면 변호사 생활도 만 22년째가 되어간다.그 동안 많은 선배, 동기, 후배 법조인들을 짧은 인생길에서 여러 모습으로 만났다.
그 중에서도 생각나는 한 법조인이 있다.
그 분은 서울대 법대를 나와 사법시험 수석을 하고 사법연수원도 수석으로 졸업하고 판사를 하면서 동기들 중 선두를 달리면서 전자소송 구축에도 큰 기여를 하고 대법관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한 몸에 받은 최고의 엘리트였다.
그런데 갑자기 변호사가 되어 우리나라 몇손가락안에 드는 최고 수준 로펌의 파트너가 되어 잘 나가면서도 서울에 본사를 둔 국제적인 모 자원개발 회사의 임원까지 겸임하던 50대의 귀족이었다.
그 분이 임원을 하던 회사로부터 허위 공시와 사기로 피해를 봤다면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울산의 고객이 어느 날 나를 찾아왔다.
보아하니 고객의 사정이 딱하였다.
정의감에 불탄 30대 중반의 젊은 변호사인 나는 계란으로 바위치기일 수도 있지만 그 고객의 편이 되어 그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로 하였다. 내 나름 완벽한 논리로 소장을 만든 후 내 고객의 승소를 위해 노력하였다.
그런데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사법시험 및 연수원 수석까지 하고 부장판사까지 역임하고 로펌 파트너까지 하면서 그 회사 부사장까지 겸직하고 있던 그 변호사가 거느리던 수십명의 젊은 변호사를 시키지 않고 몸소 울산까지 내려와 그 회사를 위해 직접 소송을 수행하였다. 나야 직접 소송하는 시골 지방 변호사이지만 몸이 열개라도 바쁠텐데 직접 울산까지 내려와 재판부에 얼굴을 들이밀며 직접 소송을 하는 잘나가는 그 선배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뭔가 밝혀지면 안되는 그 회사의 큰 업무상 비밀이라도 있어서 그걸 지키기 위해서, 그리고 우리 소송이 그 회사 입장에서는 반드시 승소하지 않으면 안되는 중요한 소송인 것 같은 인상을 짙게 받았으나 그것은 내 촉이었을 뿐 무슨 근거를 댈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더구나 담당 재판부 부장판사는 그 변호사와 연이 닿아 있는듯한 느낌이었지만 그것도 내 추측일 뿐 근거는 없었다.
그래서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논리로 나는 패소하고 말았다. 판결문을 받아 본 그 당시 내 심정은 분노와 좌절감에 가득 차 그 판결 내용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해할 수없는 판결에 항소를 했으나 부산고법도 그쪽 편을 들어주었다. 젊은 변호사인 내 주장보다는 1심 판사들과 스펙이 좋은 그 변호사의 말이 더 신뢰감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세상에는 열심히 해도 안되는 일이 있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내 능력의 부족함을 자책하며 한동안 멘붕에 빠져 지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변호사의 인터뷰가 실린 기사를 보았다. 자원개발 회사의 임원과 로펌 파트너를 겸임하던 그 변호사는 사회 봉사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고 후배 법조인들의 귀감이 되고 있고 배우자도 유명인사로서 사회적 영향력이 있다는 이야기였다.
더욱 더 내가 못났다는 생각이 들어 죽고만 싶었다.
그로부터 또 다시 얼마 후 그 변호사가 자살하였다는 충격적인 기사를 보았다. 차안에 번개탄을 피워놓고 죽었다는 것이다. 그 자원개발 회사의 허위 공시와 주가 조작 사건에 연루되어 백억 가까운 주가 차익을 얻은 혐의로 검찰소환을 앞두고 그 변호사는 가족과 자신이 일궈놓은 로펌과 그 회사의 부사장직을 두고 그냥 저 세상으로 가는 길을 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당사자가 죽었으니 공소권없음 처리를 했다는 것이고 대신 주가차익은 고스란히 유족의 상속재산으로 남겨질 예정이라고 했다. 모든 인간관계와 모든 명예와 살아 온 족적과 몇십억의 주가 차익과 목숨을 바꾸고 50대의 그는 저 세상으로 가는 선택을 한 셈이 되었다.
그 결말에 인생에는 돈보다 나은 그 무엇인가가 있다고 믿고 살아가던 그 당시의 그때 내가 받은 충격과 실망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때 내가 그 변호사와 겨루었던 소송의 진실은 무엇이었던가 하는 의문을 아직까지도 지울 수 없다.
내가 그때 패소한 사건은 패소해야 할 사건을 정당하게 패소한 것이 분명한가?
한참 뒤에 밝혀진 그 회사의 허위공시와 주가조작이 내가 소송할 당시에만 밝혀졌어도 내 고객이 패소 할 사건이었을까?
그 변호사가 나와의 소송에서 끝끝내 감추고 싶었던 비밀이 바로 그것이었을까?
왜 그 사건의 담당 재판부는 쉽게 그 변호사의 손을 들어주었을까?
그랬던 운명의 신은 얼마 지나지 않아 왜 더 이상 그 변호사의 손을 들어주지 않기로 결심했을까?
도무지 모를 일이다.
지금의 내가 이제 그 나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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